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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비박지, 차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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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온미 작성일20-03-05 02:00 조회2,3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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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비박의 성지가 있있다. 그것도 거창하게 비박의 3대 성지라고 말이다. 

 

누가 처음 그렇게 불렀는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블로그와 까페 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굴업도, 선자령, 간월재 

 

굴업도,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서포리에 있다. 인천 앞바다에서 2시간 가량 배를 타고 간다. 굴업도 비박은 주로 개머리언덕에서 한다. 이곳을 가려면 산등성을 지나간다. 산등성은 큰 나무는 없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수크렁 풀이 산등성 전체를 뒤덮고 있다. 탁 트인 전망과 널리 펼처져 있는 수크렁 풀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2016년 11월 굴업도에서 화재가 발생해 비박이 금지되었다. 굴업도 비박지는 대기업이 소유한 사유지로서 사실 이전에도 비박이 허용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재로 인해 비박이 금지되었는데 다시 슬그머니 찾는 이들이 늘었다. 하지만 화재가 다시 발생한다면 영영 금지될 수도 있다. 화재 전이라도 대기업이 개발하게 되면 비박의 성지 한 곳이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선자령,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소재하고 있다. 등산로 입구는 구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하며 정상부근은 삼양목장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선자령은 명칭이 특이하다. 선자령은 산인데 령이란 명칭을 갖고 있다. 정상 아래 목초지와 풍력발전기가 멋있는 풍광을 자랑하며 주변 조망하기가 좋아 많은 등산객들이 찾아온다. 선자령은 바람의 언덕이라고 불릴 만큼 바람이 억세 풍력발전기도 세워져 있다. 선자령 비박지는 정상 근처 바람이 덜한 삼거리에서 주로 한다. 이전 겨울에 몇번 이곳에서 솔로 비박을 했었다. 2019년 구정 3일 전에 모처럼 가족과 함께 겨울 비박하러 이곳에 왔는데 삼양목장 경비원이 화재 때문에 이곳에서 야영을 할 수 없다고 하신다. 정상  바로 밑에 넓고 평평한 목초지로 이동했는데 바람이 어찌 세게 부는지 폴대가 휘어지고 바람에 텐트가 날려 텐트를 치지 못했다. 바람이 덜한 비탈진 곳에서 불편한 하룻밤을 보낸 기억이 있다. 이제 선자령은 편하게 비박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간월재,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에 소재한다. 영남알프스라고 불리는 산중의 하나인 간월산에 있는데 이곳은 억새풀이 유명하며 경치가 좋아 많은 등산객이 찾아온다. 간월재는 매점이 딸린 산장이 있고 넓은 데크가 있어 비박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예전에도 비박은 금지되었지만 별탈 없이 비박을 하였는데 몇 년 전부터 감시가 심해졌다. 전문 비박꾼들은 간월재 산장 주변은 피하고 아침 일찍 철수한다. 

 

차박지도 차박의 성지라는 청옥산 육백마지기가 지난해 주변 주민들의 반대로 차박이 금지되었다. 이유는 쓰레기 투기로 상수원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가 다녔던 비박지, 차박지 상당부분이 사유지로서 개발이 진행되면서 사라져 가고 있고 국유지인 곳도 화재 및 환경오염 문제로 비박, 차박 금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우리가 화재에 신경쓰고 특히, 쓰레기를 수거해 온다면 금지 속도를 늦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